내일 또 출근을 해야 하는 관계로 집에서 다림질하고, 원두커피를 갈고, 짐을 싸고..

천안을 내려가기 전날의 일상은 늘 항상 같다.

10시까지 뒹굴뒹굴 늦잠
대충 아침을 해 먹으면 12시 (아점이라고 해야겠군..)
세탁기를 돌리고 컴퓨터를 잠시 한다
새로 볼 만한 영화는 없는지.. 일촌 파도타기를 할 때도 있고..
2시쯤 되면 적당히 주섬주섬 아무거나 챙겨먹는다
3시가 되면 다림질을 할 시간
영화 한 편을 틀어놓고 그 앞에 앉아서 착착 다림질을 하고, 원두를 갈고 나면
어느새 영화 한 편이 끝나 있다
짐정리를 마치면 카메라를 만지작만지작거린다
'아차~ 오늘도 출사를 안 나갔다 왔네..'
앗, 벌써 6시다. X-man 봐야지
TV를 끄면,
자연스레 와인 한 병을 따고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영화를 한 편 더 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취침시간..

아.. 이젠 하나가 더 늘었구나.
블로그에 글 올리는 것

예전에 DM을 쓸 때는 항상 메모하고 스토리를 구상하곤 했는데..
요즘은 뭐 찍을게 없나.. 하고 생각을 한다.

원두가 떨어졌길래, 오늘 현대백화점에 가서 기웃기웃 구경을 하다가
바리스타의 추천품인 Colombian Supremo 작은 걸 하나 샀다.
Blue Mountain 이나 케냐AA를 사러 간 거였는데 수요일에 들어온댄다.

집으로 들어와서 원두를 갈다가 문득 내가 왜 천안을 좋아하지 않는지 알게 되었다.

천안엔 문화생활을 받쳐줄 기본 Infra가 너무 부족하다.
(단지 내가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른다)
단순히 생각해 볼까
멀티플렉스 2개, 스타벅스 1개, 커피빈 없음, VIPS 1개, TGIF 1개, Outback 1개, 베니건스 없음
장을 보러 가도 백화점 1개, 홈에버1개, 롯데마트 2개, 이마트 1개
와인바 1개 있다고 하더라(어딘지도 모른다), 와인샵 1개 등등

테이블와인을 주로 사는 곳은 롯데마트인데, 이 곳엔 그 유명한 TDS(Tierra del sol), Citra가 없다.
비슷한 급의 WS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맛있는 것은 만원을 훌쩍 넘기에...
다른 곳은 더 열악하기 때문에 그냥 여기서 주섬주섬 골라서 마실 뿐이다.

원두커피를 살 곳도 없다.. 라고 말하기엔 내가 백화점을 가 보지 않아서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라는 것이다.

와인과 원두커피를 살 곳이 그다지 없다.. 라는 것으로 문화 Infra를 논하기엔 턱도 없을런지도..
혹자는 '이 녀석 완전 된장남이로구만'하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류를 접함에 있어 그것이 소주던 정종이던 와인이던 간에 모두 각각의 문화를 소비하는 것이다. (참고로 난 정종도 참 좋아한다. 소주는 말할 것도 없고...)
테이블와인(평소에 식사와 함께 먹는 저렴한 와인을 총칭함)의 경우는 보통 5~8천원 사이다.
나는 이 한 병을 3~4일에 걸쳐 마신다. 그것도 회식이 없어야만 가능한 날짜다.
하루에 단돈 2천원을 가지고 문화를 느끼는 그 행복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식사 한 끼값을 과감히 투자해 스타벅스나 커피빈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사람의 선택을 매우 존중한다. 그것은 된장남, 된장녀, 귀족녀라고 비아냥거릴 것이 아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비록 그것이 조금은 고가이긴 해도) 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다.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된다. 아무도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깐...
그러니 다른 것을 포기하면서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은 각자 생각해 보자.


각설하고, 이런 의미에서 선택의 폭이 좁은 천안을 좋아하기가 힘든 것 같다.

퇴근을 하면서 단골술집에 가서 사장님과 마시는 소주 한 잔의 그 느낌.
생일에 친구들과 약간 무리하며 기분내어본 바(Bar)에 키핑해 놓은 양주 한 잔을 마시는 그 느낌.
동호회 사람들과 와인 몇 병을 놓고 즐거이 경험을 교환하는 그 느낌.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샷을 하나 추가해 마시며, 읽는 책의 그 느낌.
회사 근처에서 근사하고 멋진 혹은 값싸고 맛있는 맛집을 찾았을 때의 그 느낌.

대도시가 아닌 다음에야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천안은 좀...

가장 결정적인 것은 기숙사(아산 탕정)에서 천안 시내로 나가는 교통편이 택시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얼마 전에 버스 노선이 1개 생기긴 했지만..)
왕복 2만원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문화생활을 하러 나갈 바에야 기숙사에서 운동을 하겠다
.. 라는게 나의 생각


이제 겨우 2년밖에 살지 않았는데 뭘 그리 아는 척을 하냐고 한다면..
조금 아는 것도 부풀려 말을 하는 것은 내 장점이자 단점이야~ 라고 말해줄 테다.


...오늘도 답답한 마음에 조금 끄적여 본다. 사실 이젠 포기할 때도 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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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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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young 2007/02/21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 샷 추가라니..ㆀ
    난 오늘의 커피도 나오자마자 한 입 마셔보고 "연하게 해주세요" 다시 부탁하는데..ㅋ
    연한 아메리카노가 좋아-
    참. 어제 대학로에 갔다가 핸드드립 네팔 커피 마셔봤는데 괜찮았어
    또 연하게 해달라고 했는데 거기 언니가 네팔을 느끼려면 진하게 마셔야된다고 하더라공.ㅋ

    암튼.
    소소한 것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찾고 행복할 수 있는 거.
    나도 찬성이야
    오빠의 천안생활이 좀 더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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