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

일상 2008/08/19 13:04
마천루 사이에 싸하니 불어오는 바람도 산들바람이라 칭할 수 있을까...?


매년 옛 기억을 살포시 떠올리게 하는 풍경들이 있다.
이것은 그 중, 98년 대학 새내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다.


가을이 오기 직전, 갑자기 시원해지기 시작한 여름의 아침은 그저그런 아침과 분명 다른 느낌을 안고 다가온다. 집을 나서면서 느껴지는 묘한 서늘함은 청량함과 더불어, 일상에 지친 내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는 마력을 지닌다.

오전회의를 마치고 아침식사를 하러 옆 빌딩으로 향하던 순간, 빌딩 사이로 아주 짧은 바람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낙엽을 태울 때 나는 향긋한 연기냄새가 싸하니 내 코를 감싸고 지나는 그 순간이 너무도 익숙하여 나도 모르게 눈을 감는다. 그래, 이건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볼 수 있어 두근두근하며 학교 정문을 지나던 바로 그 순간의 산들바람이로구나.
눈을 뜨면 10년 전 풋풋했던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펼쳐질 것 같은 또 한 번의 두근거림이 지나고 눈을 떴을 때, 나는 여전히 빌딩들 사이에 이방인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가벼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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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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